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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상상/파도위에 요트

GNP3만달러시대의 레저,요트 문화 활성화될까?

화창상사 한남동 전시장에 전시중인 4억3600만원짜리 35피트급 요트

“이거 얼마나 하나? 내 하와이 가보니 친구가 갖고 있는데 좋아보이더라고…”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로 화창상사 전시장, 국내에서 손꼽히는 요트 판매업체인 이곳을 찾은 한 50대 노신사가 전시중인 요트를 가리키며 가격을 묻는다. 지금 주문하면 언제쯤 인도 가능한 지, 또 세금은 얼마나 내는지 등을 알아본 이 노신사는 “근데 예전에 외제차사면 국세청에서 조사나오고 그랬는데 이건 어쩔는지 모르겠네”라며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지난달 한 백화점이 여름 특별판매 행사 품목에 대형 요트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후 국내에서도 ‘수상레저의 꽃’ 요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인 요트를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신반의하며 찾은 이날 오전에도 방문객과 문의전화는 계속 이어진다. 백화점에서 열흘 남짓 전시하는 동안에도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많은 상담이 이뤄졌다. 일부는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유행하게 된다는 요트 문화가 조금씩 움트고 있는 셈이다.

◆요트, 얼마나 하나?=돛 대신 엔진으로 항해하는 파워요트를 판매하는 곳은 아직 국내에 몇 안 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1956년부터 선박용 엔진을 주로 수입하다 10여년 전부터 요트를 함께 수입해 판매중인 화창상사. 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요트 제작업체 중 미국 리갈과 영국 선시커 제품을 국내 시판중이다. 가격대는 배 크기에 따라 다른데 특히 선시커 제품은 최고급이라 동급 리갈사 제품의 1.5배라고 한다.

배 크기는 보통 앞·뒤 길이를 피트(1피트=30.48㎝)로 재 구분하는데 19피트 정도가 소형, 30피트대가 중형, 50피트 이상이 대형으로 구분된다. 30피트 이상에는 침실과 화장실, 조리시설 등이 포함된 캐빈(선실)이 설치돼 숙식이 가능하다.

같은 크기라도 엔진의 출력과 내장재, 레이더 장착 등 여러 사양품목에 따라 값이 틀려지는데 꼭 필요한 사양만 갖춘 보급형을 기준으로 19피트는 5000만원, 30~35피트는 3억~4억원, 40피트는 6억∼7억원, 50피트는 10억원 정도다.

이 때문에 요트는 전시품이나 이미 국내에 수입, 보관중인 제품을 사지 않는다면 원하는 사양에 맞춰 주문제작이 끝나기까지 최소 2~3개월에서 1년까지 기다려야하며 화물선편으로 운송되는데에도 1달 가량 소요된다. 피서철을 맞아 "당장 사서 탈 수 없냐"는 이들도 꽤 많은데 대부분 설명을 듣고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요트 주인들은?=화창상사의 경우 매년 10∼15척의 요트를 판다. 판매 척수도 매년 조금씩 늘고 있지만 배의 크기도 10여년전 18피트에서 24피트가 주로 팔리다가 최근에는 30피트 이상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50피트(17.5m)급도 판매가 이뤄졌다.

요트 주인들의 계층과 연령대는 아주 폭넓은 편. 법조인이나 의사에 비해 아무래도 ‘사장님’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스피드와 레저를 즐기는 분들이 고객중에 많습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레이싱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제트스키를 취미로 즐기다 요트로 발전하는 식이죠.”(화창상사 이원택 부장)

◆한강에서 퇴근후 뱃놀이하는 재미=요트를 탈 수 있는 곳은 강과 호수, 그리고 바다다. 아무래도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나 단조로운 동해보다는 아름다운 풍광의 남해가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남해가 먼 만큼, 많은 이들이 한강이나 청평호에 자신의 요트를 정박시켜놓고 마음 내킬 때마다 요트 항해를 즐긴다.

이 부장은 "서울 한강 강변 근처에 산다면 집에서 걸어나와 정박된 요트를 번거로운 절차없이 아무때나 조종하며 바람을 쐬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다"고 말했다.

요트에도 면허가 필요한데 레저용인 경우 ‘2급 수상레저 면허’가 필요하다. 자동차 면허처럼 학원에서 필기와 실기를 수강한 후 해양경찰청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통과해야하는데 역시 운전면허처럼‘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상당수 요트 소유자들은 친구나 친척들과 공동으로 구입한다. 1년 365일 매일 탈 것도 아닌 만큼 여럿이서 공동으로 소유·이용하는 게 합리적이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0피트 이상이면 4∼5명이 함께 머무를 수도 있다.

골프에도 ‘사치 운동’이라는 굴레가 씌워진 한국 정서에서 요트는 아직 많은 이들에겐 부담스러운 레저다. 하지만 소유자에게는 기름값을 제외한 별도 이용료가 필요없고 숙식을 배 안에서 해결할 수 있으며 어느 바닷가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요트는 콘도 회원권과 장·단점을 겨뤄볼 수도 있다. 화창상사 이 부장은 “아직은 요트문화가 초기단계이지만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요트를 비롯한 해양 레저문화 활성화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국민 문화·생활수준도 충분히 높아진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요트 문화가 활짝 꽃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